첫 글을 쓰고 한 달이나 지나서 다음 글을 쓰게 되었다. 버블에 대해서 의심이 가는 한 달이었다. 점점 더 버블을 외치는 사람은 많아지는 것 같은데(이제 슬슬 실감이 되나보다), 어째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계속해서 올라가는가?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답을 구해야 이 시리즈를 연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도 AI가 버블이라는 내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나스닥과 AI 기업들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데 있어서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늘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서 글을 써보고자 한다.
골드러시와 청바지를 파는 기업 - 어디서부터 가치가 생겨나는가?
골드러시 때 정작 돈을 번 것은 곡괭이를 파는 사람과 청바지를 파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유명하다. 지금 AI 산업의 상황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보인다. ‘진짜 가치’를 황금이라고 환산하고, 곡괭이와 청바지를 엔비디아와 그 외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로 보면 잘 들어맞는다. 그런데, 청바지도 결국 금을 캐는 사람이 있어야 팔리는 것 아닌가? 그러면 어딘가에서는 금이 캐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금의 양이 상당하니까 계속해서 청바지 공장을 더 짓는 것 아닐까?
자, 여기서 ‘어딘가에서는 금이 캐지고 있다’가 핵심이다. 번역하자면, 어딘가에서는 AI를 활용해서 정말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돈을 벌고 있다 or 돈을 아끼고 있다)가 핵심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들은 채용이 줄었고, 이미 있던 직원들을 자르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그들을 AI로 대체해서인 경우 + AI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두 개의 원인 다 작용함을 이해해야 한다) AI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면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된다.
사실, 현재의 AI 기술로서 인간이 하던 일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과 AI가 잘하는 일은 나누어질 수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사람이 담당 가능한 일의 양을 늘릴 수 있게 된다.
| 사람 |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 AI도 잘 할 수 있는 일 | 일의 총량 |
| A | 2 | 4 | 6 |
| B | 3 | 3 | 6 |
| C | 1 | 5 | 6 |
위 표는 내가 이러한 상황을 추상화한 표이다. 만약 AI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AI에게 시키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 사람 |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 AI도 잘할 수 있는 일 | 사람이 하는 일의 총량 | 일의 총량 |
| A | 6 | 12 | 6 | 18 |
이처럼 A가 감당하는 일의 총량(=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같지만, 하는 일의 총량(인간 + AI)은 극단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아마 이것이 AI는 버블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AI 생산성 혁명의 좋은 에시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 부분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의 맹점이 있다.
과연 어디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는가?
AI의 대체가능성에 대하여
그래 좋다. AI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더 좋은 응답을 낸다. 그러나 과연 AI는 GPT-4가 처음 출시되었을만큼의 드라마틱한 성능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 AI쪽에 관심이 많던 사람이라면 GPT-5가 나왔을 때 얼마나 혹평을 받았고, 샘 알트먼이 뻥카를 날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GPT-5가 게임체인저여서 세상을 뒤집어 놓을 듯이 말했었다) AI의 성능 개선은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와 함께 더 이상 드라마틱한 개선을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최근에는 OpenAI에서 ‘사람의 일을 얼마나 대체하는가’를 벤치마크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첫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에이전트를 구성하게 될 경우, 특히 멀티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인간의 워크플로우를 모방하게 되는 경우, 기존에 LLM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거의 대부분 AI를 쓰면 비용 대비 생산성 효과가 양(+)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설계와 사용하기에 따라서 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전 Windsurf 사례에서 말했듯, 시간이 지날수록 토큰 비용이 내려간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최소한 최신 모델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난다고 에이전트가 비용효율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사람은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핸들링할 수 있는 영역도 결국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reddit의 claude code 서브레딧을 보면 세션을 5개, 10개씩 쓰면서 작업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과연 이걸 통해서 나온 코드를 정말 신뢰할 수 있을까? 만약 하나라도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면 그것을 다시 롤백하기 위해 자동화를 통해 아낀 리소스보다 훨씬 더 많은 리소스가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만약 AI가 완전히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결국 AI를 신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AI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고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책임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의 사업 규모 수준을 유지한다고 할 때, ‘필수 인력’ 이라고 정의되는 한계치는 명확히 존재할 것이고, 그 한계치까지 다가갈 수록 AI 에이전트는 고도화된 일을 하겠지만, 반대급부로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을 것이다. 이 한계치는 책임과 비용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필수 인력 수준의 레벨보다 훨씬 더 아래로 내려온다고 봐야 한다.
빅테크는 과연 사람들을 얼마나 더 자를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을 대체하려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까? 노조가 있다면? 한국처럼 고용유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들은 어떨까? 그리고 AI 코딩처럼 그 활용이 명확하고 얼리어답터들이 많으며 생산성에 명확한 도움을 주는 산업의 경우에는 적극 도입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어떨까? 이렇듯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할 것이고 어쩌면 현재처럼 신입을 더 고용하지 않고 시니어들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현 상황이 가장 비용효율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 경우에도 추후 시니어가 될 주니어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썩 긍정적이진 않다)
다시 원 주제로 돌아와서 정리해보자. 현재의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AI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바탕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Transformer 기반의 LLM 구조에 대한 한계가 보이고 있고, 이를 온몸비틀기(RAG, 에이전트, RL, sLLM 등)으로 극복하려고 하고 있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온몸비틀기까지 끝나고 나면 AI의 끝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한계가 있다면, 그 성장성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 버블은 시작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AI 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하는가?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나같은 일반인조차도 AI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상황에서, 왜 버블은 꺼지지 않고 있는가? 심지어 샘 알트먼이나 제프 베조스같은 거물들도 AI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데, 왜 나스닥은 이리도 건재하며 주가는 계속해서 상상하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AI 수요에 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MS는 일부 지역에서 2026년까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는 폭증한 AI 수요 때문이며,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들 또한 막대한 AI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엄청난 인프라 투자를 집행중에 있다. 그리고 그 수혜는 데이터센터, GPU, CPU, HBM, DRAM, 전력과 관련된 수많은 업체들까지 내려가는 중이다.
자, 그럼 된 것 아닌가? 수요는 많고, 투자가 이뤄지고, 주가는 상승한다. 아름다운 선순환이지 않나?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폭등의 원인은 단순한 버블이 아니고 실제 수요에 의거하며, 투자 자체가 이뤄진 것도 맞기 때문에 만약 버블이라 할지라도 데이터센터를 짓는 업체나, 그에 부품을 대는 업체들, 즉 청바지 원재료를 제공하고 가공하는 업체들은 대박을 친 것은 확실해보인다. (물론, 주가가 현재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있다면 거품이 일정 부분 껴 있을 순 있겠다) 문제는 바로 그 ‘수요’의 진실성에 있다.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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